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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일산백병원 내분비내과 김동준 교수

< 증  례 >

 

15년 전과 10년 전 각각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후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와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55세 여성환자. 혈당 조절이 잘 안 돼 1차 진료 기관에서 본원 내분비-대사내과로 의뢰됐다. 내원 당시 신장은 156cm, 체중은 62kg였으며 체질량지수는 25.5 kg/m2, 혈압은 130/80mmHg이었다. 당화혈색소는 10.2%, 공복 및 식후혈당은 각각 190, 350mg/dl였다. 환자는 glimepiride 2mg bid, nateglinide 90mg bid, metformin 500mg bid를 투여받고 있었다.

 

 

1. 이 환자에서 혈당 조절을 위해 확인해야 할 사항은?

 

환자가 어느 정도 식사요법을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식사에 대해 전혀 주의하지 않고 있다면 이에 대한 교육이 우선이다. 단순히 당뇨병 치료약물의 용량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 이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는 설폰요소제가 다른 경구 치료제와 병합돼야 한다. 하지만 환자가 폭식과 금식을 반복한다면 저혈당과 고혈당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식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 당 섭취 여부와 식사의 규칙성이다. 주스, 콜라, 사이다, 과자,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설탕이 들어간 커피 등 단순 당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져 혈당 조절이 어렵게 되므로 이에 대한 제한을 반드시 교육시켜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만복감있게 식사해선 안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규칙적인 식사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 시간과 식사량의 규칙성을 상담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집에서 아침 공복, 오전, 오후, 자기 전에 자가혈당 측정을 무작위로 실시하고 그 결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식사가 불규칙한 경우에는 혈당이 규칙적이 아니라 심하게 들쑥날쑥한 양상을 보인다.

 

 

2. 이 환자에서 혈당 조절을 위해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약물은?

 

경구 혈당강하제를 투여할 때 고려할 사항 중 하나는 1개 약물에서 최대 투여량의 절반이 그 약물의 혈당강하 효과의 약 80%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기전의 약물을 병합하는게 1개 약물을 증량시키는 것보다 혈당이 더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현재 사용되는 약제 가운데 일반적으로 가장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이는 것은 설폰요소제와 메트폴민 병합 요법이다. 이 환자는 췌장 베타세포에 작용하는 설폰요소제와 메글리티나이드를 병합 투여했지만 효과는 미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라리 글리메피라이드와 메트폴린을 최대 용량으로 늘리고 다른 기전의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를 추가하는게 추가적인 혈당강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당히 강력한 약제의 병합요법임에도 불구하고 이 환자의 경우 당화혈색소가 10.2%로 매우 높다. 만일 환자가 매우 잘못된 식사습관을 갖고 있었다면 식사습관의 교정과 함께 약물의 증량과 세번째 약물을 추가 투여하면 목표 혈당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인슐린 투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설폰요소제와 메트폴민 병합요법을 하는데도 당화혈색소가 9% 이상 나타나는 경우에는 인슐린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

 

 

3. 환자가 인슐린 투여를 강력히 거부할 때 투여하는 약물은?

 

여러가지 이유로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치료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때 의사가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환자를 설득시켜야 한다. 인슐린 치료를 거부한다면 차선책으로 경구용 당뇨병 약물을 증량하는 3제 병합요법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설폰요소제+메트폴민+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와 설폰요소제+메트폴민+글리타존의 병합요법이다. 하지만 이들 3제 요법으로는 목표 혈당에 도달할 확률이 거의 없어 환자가 인슐린치료법을 결정할 때까지만 사용하는 한시적인 치료법이다.

 

 

환자는 인슐린 치료를 강력하게 거부한 관계로 당분간 glimepiride 4mg bid, metformin 500mg tid, rosiglitazone 4mg qd를 투여하기로 했다. 3개월 후 당화혈색소는 8.2%, 공복혈당 150mg/dl, 식후혈당 270mg/dl였다. 환자는 어느정도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4. 의사들이 인슐린 투여를 꺼리는 이유

 

점차 다수의 의사들이 적극적인 혈당 조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바쁜 진료 환경에서 인슐린 주사 교육을 담당할 간호사의 도움이 없으면 인슐린 주사교육이 잘 안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인슐린 치료를 하기 보다는 환자가 약간만 주저해도 인슐린 주사를 적극 권장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인슐린 치료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저혈당 우려 때문에 인슐린 치료를 주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가 혈당 조절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확신이 있다면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번의 경험만 있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슐린 치료 방법에 익숙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5. 환자들이 인슐린 투여를 꺼리는 이유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주사를 꺼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사 통증이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뇨병 치료의 최후 수단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서구인들이 주사를 치료법 중 하나로 인식하는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사 치료를 극단적인 치료법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이러한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하면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는게 중요하다. 좋은 의사-환자 관계가 정립된 상황에서 의사가 확신을 갖고 시간을 두면서 설득하면 많은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치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인다. 중요한 것은 의사가 인슐린을 투여해서라도 반드시 혈당을 조절하겠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6. 초기치료에서 고려할만한 인슐린 종류는?

 

가장 쉽게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인슐린 디터머 등의 기저 인슐린을 기존 경구용 당뇨병 약제에 병합하는 것이다. 경구용 약물을 3종류 투여하는 환자에게는 인슐린을 추가로 투여할 경우 1가지 약이 보험 인정이 안되기 때문에 2가지 약제를 선택하고 기저 인슐린을 추가한다. 인슐린 디터머 등의 기저 인슐린은 기존 중간형 인슐린에 비해 투여 후 효과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공복 혈당 강하에 효과적이다.

 

약을 처음 사용할 때에는 약 12에서 14 단위 정도의 인슐린 디터머를 아침 식전이나 자기 전에 투여하고 공복혈당치를 측정해 가면서 용량을 점차 늘려간다. 경구용 약물과 인슐린 디터머의 효과가 겹쳐서 나타나지만 공복혈당을 관찰하면서 인슐린 디터머 용량을 결정하고, 식후혈당에 맞춰 경구용 당뇨병약물의 용량을 결정하면 생각보다 쉽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혈당 조절 원칙 중 하나는 일단 공복혈당을 안정적으로 조절한 다음에 식후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다. 공복과 식후 혈당을 동시에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과 경구용 약물을 동시에 증감하면 원인-결과가 분명하지 않아 혼란이 올 수 있다.

 

인슐린을 투여하기 시작할 때 중요한 점은 외래 추적을 좀 더 자주하면서 되도록 단기간에 저혈당이 없이 혈당이 조절된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환자가 자가혈당 측정이 가능해 집에서 측정한 혈당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면 경구용 당뇨병 약물과 인슐린 용량을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7. 인슐린 투여와 경구 당뇨병약물을 함께 투여해야 하나?

 

인슐린 디터머 등의 기저 인슐린은 그 작용이 피크(peak)없이 지속되기 때문에 공복 혈당을 조절하는데 유용하지만 식후 혈당 강하 효과는 크지 않다. 따라서 경구용 당뇨병 약물의 병합투여에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인슐린 투여를 시작할 때에는 거의 모든 환자에서 경구용 당뇨병 약물이 병합돼야 한다.

 

 

환자에 인슐린 디터머 18IU를 아침에 피하주사를 시작했고 glimepiride 2mg tid가 투여됐다. 1개월 간격으로 외래 추적하여 인슐린 디터미어 투여량을 늘렸으며 6개월 후 인슐린 디터머 30sc AM glimepiride 2mg tid로 당화혈색소 6.9%, 공복혈당 120mg/dl, 식후혈당 210mg/dl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8. 기저 인슐린 투여해도 목표혈당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다음 치료는?

 

기저 인슐린과 경구용 당뇨병 약물을 투여했는데도 혈당 조절이 안되는 경우는 당뇨병 유병 기간이 오래돼 인슐린 분비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증거다. 이 경우에는 공복 혈당에 비해 식후 혈당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한다. 공복혈당 120mg/dl에 해당하는 식후 2시간 혈당이 약 200mg/dl이라는 점을 감안해 환자의 혈당 패턴을 관찰하면 전반적으로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이 모두 높은지 아니면 공복혈당에 비해 식후혈당이 지나치게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높다면 인슐린 디터머 등의 기저 인슐린 용량을 늘려 공복혈당을 낮추면 식후혈당치도 함께 낮아진다. 하지만 공복혈당에 비해 식후혈당이 상대적으로 많이 높다면 기저 인슐린의 증량은 식후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공복 시 저혈당을 초래하게 된다. 이 경우 경구용 약물을 늘리거나 premixed insulin analog인 노보믹스 30 등의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