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거버넌스 위해 건보제도 개편 필요
투명성 확보 절실, 실명 회의록 공개해야
국민은 감시자 넘어 주도자 역량 키워야

[메디칼트리뷴 김준호 기자]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정책 결정에서 국민, 즉 가입자의 권한이 배제돼 있어 건보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 거버넌스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현재의 건강보험 거버넌스(공공관리)는 중앙집권적 통제 및 관리 중심인 만큼 분권화 및 민주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원화 구조는 유지하되 중복 및 유사 업무를 조정하고 소모적 분쟁 해소 및 협업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보험자, 즉 건보공단은 가입자의 대리인으로서 의사결정의 참여 확대와 전략적 구매자 역할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도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 및 공익대표를 중심으로 거버넌스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보험급여결정위원회와 전문적 자문단을 분리해 이익단체 및 계약 당사자는 정책결정 구조에서 배제되야 한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위원 구성 역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 단체와 공익대표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약가결정위원회 위원구성은 공급자 14명, 가입자 3명, 공익 4명 등으로 공급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찬진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결정 과정 가입자들이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해 의사결정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라 비민주적이고 불투명성도 지적됐다. 특히 상대가차점수 조정은 진료 과별 비중을 정하는 형식으로 일종의 공급자의 시장배분 비율의 담합과 다름없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거버넌스의 주인인 가입자가 배제된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수가와 급여관련 사항을 심의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도 정부 및 보험자와 공익대표 집단이 각 8명씩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컨대 특정집단이 회의소집을 요구해도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는 등 기존에 형성된 힘의 균형을 깨트리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아울러 건정심 등 심평원 산하 5개 전문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장관 산하 급여평가위원회 등은 회의 자체가 비공개인데다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현상 변경이 불가능한 정부 주도하의 지배구조"라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지난 10년간 사실상 확대되지 않은 채 재정측자 기조를 의도적으로 유지하면서 이를 국고지원부담을 면하는 방향으로 악용됐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정책본부 김정목 차장은 "성공적인 거버넌스란 복잡해진 정책환경에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상충되는 의견을 충분히 공유하고 더 나은 정책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가입자 및 공익 중심의 거버넌스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전문가들에게는 판단을 미루어 두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돼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가입자는 감시자를 넘어 주도자로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건강보험정책과 정경실 과장은 "현재의 건정심 시스템은 국회에서 인증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2002년 위기극복 상황에서 만들어진 만큼 비현실적인 점이 있다면 개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정심 투명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사회적으로 지원하겠다고만 밝혔고, 건보제도가 공급자와 가입자간의 계약인 만큼 이에 대한 개편도 고민해 보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이날 건강보험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결정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견해를 피력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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