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우리나라에서 유병률이 높고, 합병증이 심각하며, 진단과 치료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조절이 어려운 질병이다. JNC-7 보고서는 고혈압 치료의 어려움과 관련하여 “처방 지침에 근거한 전문 임상의에 의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도 환자가 치료동기부여가 되었을 경우에만 효과를 발휘하며, 그 동기부여의 정도는 환자의 의사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과 신뢰에 의해 상승한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려는 노력은 신뢰를 높이며 강력한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 라고 하였다. 오늘부터라도 의사 자신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위해 노력하며 환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과 환자의 건강을 위한 win-win 전략인 것이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서 일 교수

대한고혈압학회-메디칼트리뷴 공동특별기획 9

최근 고혈압의 기준은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발간하는 JNC-보고서에 제시된 기준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2003년에 발간된 JNC-7 보고서에는 고혈압을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였고, 혈압의 분포에 따라서 혈압을 정상, 고혈압 전기, 제1기 고혈압, 제2기 고혈압으로 분류하였다[표1].

[표1] 성인의 혈압 분류
 

수축기혈압이 120~139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89mmHg인 경우를 고혈압 전기로 분류하였는데, 고혈압 전기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고혈압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Vasan RS. 2001).

고혈압 유병률 남-60, 여-70세 가장 높아

우리나라의 고혈압의 분포를 알아보기 위해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측정한 30세 이상 성인의 혈압 자료를 JNC-7 보고서에서 제시한 방식대로 분류하면 [표2]와 같다.

[표2] 30세 이상 성인의 혈압 분포(JNC-7 기준)
 


30세 이상 성인 중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은 남자에서는 28.4%, 여자에서는 47.3%였으며, 남자의 39.8%, 여자의 30.6%가 고혈압 전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또한 연령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유병률은 증가하는데 남자는 60대, 여자는 70대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표3]

[표3] 연령별·성별 고혈압 유병률
 

고혈압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뇌졸중, 심근경색증, 울혈성 심부전, 신장병, 말초혈관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이라는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

혈압이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의 위험은 선형적으로 증가하며 (Izzo et al, 2003) 우리나라의 KMIC Study (The Korean Medical Insurance Corporation Study) 자료에 의하면 고혈압이 뇌혈관질환 발생과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에 기여하는 일반인구 기여위험도(population attributable risk)는 각각 35%, 21%이다 [그림].

[그림]한국인에서 심혈관질환과 관련된 요인의 일반인구 기여위험도
 


이는 정상혈압을 유지하면 뇌혈관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을 각각 35%와 21%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Jee et al, 1999).

생활습관개선이 필수

이러한 고혈압의 일차적 예방과 그로인한 심혈관질환의 이차적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습관의 개선과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 관련 주요 연구들에 의하면 항고혈압제의 사용량을 줄이고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다음에 열거한 생활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한다[표4].

[표4] 고혈압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
 


첫째, 적당한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이 상승하고, 비만할수록 고혈압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고혈압의 관련성에 대한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비만으로 인한 인슐린저항성이 고혈압 발생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또한 신체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에서 고혈압 발생률이 높았는데 연령, 성별, 흡연, 체중, 지질 등의 효과를 통제해도 신체활동량과 혈압 사이에는 역의 관련성이 있었다.

JNC-7보고서에서는 매일 하루 3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 수축기혈압을 2~8mmHg 정도 감소시킨다고 하였다.

둘째, 소금 섭취를 제한해야한다. 29개국 59개 국가에서 시행된 INTERSALT study에서는 요중 염분배설량이 증가할수록 수축기혈압이 상승하였다 (INTERSALT Cooperative Research Group, 1988).

미국에서는 일반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제시하는 소디움(sodium) 섭취 권장량은 1일 평균 2,400mg이고(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2000), 우리나라에서는 3,500mg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0)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인당 1일 평균 소디움 섭취량이 남자 5,312mg, 여자 4,535mg으로 권장량보다 더 많은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

셋째, 과도한 음주는 삼가해야한다. 많은 역학연구에서 음주량과 혈압과는 J-형의 관련성을 보여서 하루 2잔 이하의 소량 음주자의 혈압이 가장 낮고 3잔 이상의 술을 마시게 되면 음주량에 비례하여 혈압이 증가한다.

또한 술을 끊을 경우 수축기혈압이 3.3mmHg,이완기혈압이 2.0mmHg 하강한다(Xin et al. 2001).

넷째, 담배를 끊어야 한다. 흡연은 혈압을 유의하게 상승시키지만 담배를 끊으면 일년 이내에 심혈관계에 효과가 나타난다. 금연보조제에 들어있는 소량의 니코틴은 혈압을 올리지 않으므로, 상담과 행동요법을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다. 금연 후 체중이 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섯째, 적정량의 포타시움(potassium) 섭취를 유지해야 한다. INTERSALT study에 의하면 요중 일일 포타시움 배설량이 증가하면 혈압은 하강한다 (INTERSALT Cooperative Research Group, 1988).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포타시움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집단에서는 고혈압 유병률이 낮고 연령이 증가해도 혈압의 상승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고혈압으로 진단되었을 경우에는 위의 생활 습관개선과 더불어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여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의 약물 치료시 어려운 점은 고혈압 환자 중 자신이 고혈압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며, 알고 있다 해도 꾸준히 치료 받는 경우가 적다는 데 있다.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혈압환자 중 남자 25.2%, 여자 39.5%가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었으며, 환자 중 남자 7.6%, 여자 16.6%에서만 고혈압이 조절되고 있었다.

또한,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는 30세 이상 성인 중 남자 30.2%, 여자 42.0%에서만이 고혈압이 조절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