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인 LDL콜레스테롤(LDL-c)을 낮추는 것이 질병발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최대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모든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LDL-c의 저하는 약 30%의 심혈관질환을 예방했다. LDL-c을 아무리 낮춘다 해도 70%는 발병한다는 뜻이다. 즉 심혈관질환발병에는 LDL-c외에 다른 인자가 70% 관여하고 그 중 HDL-c은 중요한 인자다. 대부분의 경우 높은 HDL-c 농도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인자이지만 단순히 HDL-c농도가 높다고 해서 HDL-c의 기능도 온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치료제 개발 역시 단순히 HDL-c을 상승시키기 보다는 HDL-c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보다 더 많은 환자를 구하기 위해 이제 LDL-c 외에 다른 지질, 그 중에서도 HDL-c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연세대노화과학연구소 조홍근 교수


LDLc 낮출수록 좋다


LDL이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제 재론이 필요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LDL은 혈관내피세포를 침투하여 내피세포하 조직에서 산화되고 변성되어 대식세포에 포획됨으로써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대식세포는 콜레스테롤로 가득 찬 포말세포가 되며 이 것이 죽상동맥경화증의 시작점이 된다.

요약하면 죽상동맥경화증은 LDL, 산화 그리고 염증의 세가지 요소가 역할을 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인 LDL, 즉 LDL콜레스테롤(LDLc)을 낮추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최대의 관건이었다.

강력한 지질저하제인 statin의 등장으로 LDL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해졌다. LDLc이 아주 높은 심혈관환자들에게 simvasatin의 효과를 증명한 4S 연구를 필두로 한 수많은 임상연구는 LDLc을 낮추는 것이 질병의 에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LDLc 저하는 연령과 성별, 그리고 치료전 LDLc의 농도와 상관없이 이익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PROVE-IT이나 TNT연구는 LDLc을 아주 낮게 낮추는 것이 적당히 낮추는 것보다 치료효과가 월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치료전 LDLc의 고저에 상관없이 지질강하 치료를 받아야 하며 LDLc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깨달음이다. 여기까지가 LDL story이다.

그러면 LDLc 의 저하가 얼마나 많은 질환을 예방하였는가? 모든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LDLc의 저하는 약 30%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였다. LDLc을 아무리 낮춘다 해도 70%는 발병한다는 뜻이다. 즉 심혈관질환발병에는 LDLc외에 다른 인자가 70% 관여한다. HDL은 그 중의 중요한 인자이다.


HDLc과 심혈관질환  -역학 및 임상연구-


Framingham heart study의 결과에 의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HDLc이 낮을수록 심혈관질환이 잘 발생한다. HDLc의 농도와 심혈관질환발생은 역상관관계를 보여준다.


HDLc의 효과는 남녀가 약간 달라서, 남자의 경우 HDLc이 1mg/dl 상승할 때 심혈관질환 위험률이 2% 감소하며 여자의 경우는 동일한 경우 3% 감소한다. HDLc의 효과는 여자에서 더 강하다.

HDLc은 LDLc과 상호작용한다. 동일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LDLc이 가장 낮고 HDLc이 가장 높은 사람이 심혈관질환의 위험률이 가장 낮다. 반면에 LDLc이 가장 높고 HDLc이 가장 낮은 사람이 위험률이 가장 높다[그림1].


[그림1] Framingham Study  - LDL vs HDL as predictors of CHD-
 


85세 이상의 장수인은 HDLc이 낮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HDL이 죽상동맥경화증 외에 노화와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그림2].


[그림2] HDLc and Longevity
 


LDLc저하의 효과를 시험한 임상연구가 많은 반면 HDLc의 인위적 증가가 심혈관질환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한 대규모 임상연구는 많지 않다.

다른 지질수치의 변동없이 HDLc만을 증가시키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그나마 HDLc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약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자에게 gemfibrozil의 질병 재발방지효과를 시험한 VA-HIT 연구는 HDLc과 관련한 대표적인 연구이다. Gemfibrozil은 LDLc의 농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대신 HDLc농도를 증가시켰으며 중성지방을 감소시켰다[그림3].

[그림3] VA-HIT : Main results
 


LDLc을 전혀 낮추지 않았음에도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22% 감소시켰다. 그리고 대부분의 임상적 이득이 HDLc 상승에 기인하였다. 위약군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치료전 HDLc의 농도가 낮을수록 심혈관질환의 발생이 감소했다[그림4]. 즉 HDLc은 LDLc과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위험인자이다.


[그림4] VA-HIT: Relation between CHD and HDL-C
 


HDL의 기능


콜레스테롤은 신체의 모든 장기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의 분해는 단 하나의 장기에서만 이루어진다. 그것은 간이다. 따라서 잉여의 콜레스테롤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간까지 콜레스테롤을 운반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은 지용성이므로 수용성인 혈액에 그냥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수용성인 운반체가 필요한데 그 것이 HDL(High Density Lipoprotein)이다. HDL은 말초의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하는 중요한 지단백이다(콜레스테롤 역수송).


콜레스테롤 역수송의 기능적 3단계


콜레스테롤 역수송은 기능적으로 3단계로 구분된다. 1)말초장기에서의 콜레스테롤의 흡수 2)혈중에서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교환 3)간에서 콜레스테롤의 전달[그림5].

[그림5] RCT of HDL
 


1) 간과 장에서 분비된 apo-A1은 아직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지 않은 원시적인 HDL이다(lipid poor apoA-1). Lipid poor apoA-1이 말초세포(대식세포 포함)에 접근하여 ABCA-1이라는 특수한 도킹시스템을 통하여 콜레스테롤을 받는다.

그 결과 원반형인 납작한 HDL이 생성된다(discoidal HDL 또는 pre-β HDL). 세포에서 주는 콜레스테롤은 free cholesterol로 수용성이다. 수용성 콜레스테롤은 HDL의 표면에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콜레스테롤을 많이 수송할 수 없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수송하기 위해서는 구형의 HDL이 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LCAT 효소는 free cholesterol을 지용성인 cholesteryl ester로 변환시킨다.

Cholesteryl ester는 지용성이므로 HDL표면에 존재하지 못하고 내부로 함입되어 결과적으로 HDL을 구형으로 변화시킨다. 구형의 HDL은 SR-B1과 ABCG1등의 수용체에 도킹하여 추가로 콜레스테롤을 흡수한 후 간으로 향한다(HDL2b, 2a).


2)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한 HDL은 혈중에서 중성지방을 많이 함유한 VLDL, IDL등과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맞교환한다[그림5].이 때 관여하는 효소가 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CETP)이다. CETP는 HDL의 콜레스테롤을 VLDL, IDL의 중성지방과 분자비 1:1로 교환해준다.

결과적으로 HDL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아지고 VLDL, IDL은 중성지방함량이 낮아진다. CETP가 너무 활성화되면 HDLc이 낮아진다. 고중성지방혈증은 CETP활성을 증가시켜 HDLc 농도를 낮춘다.

반면에 알코올은 CETP를 억제하여 HDLc을 높인다. 피상적으로 생각하면 CETP를 억제하면 HDLc농도가 증가하여 임상적으로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3) CETP에 의해 콜레스테롤함량이 줄고 중성지방함량이 증가된 HDL(HDL3)은 간의 SR-B1과 최근에 발견된 HDL receptor를 통하여 콜레스테롤을 간에 전달한다. SR-B1은 HDL을 통째로 흡수하지 않고 HDL의 콜레스테롤만을 흡수한 후 콜레스테롤이 없는 apoA-1을 혈중으로 배출한다. 따라서 HDL의 재순환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반면에 HDL receptor는 HDL을 통째로 흡수한다. HDL receptor가 너무 강하면 혈중에 재순환을 할 apoA-1이 감소한다.

SR-B1은 어느 정도 중성지방을 함유한 HDL에 더 친화력이 있다. HDL의 콜레스테롤 함량이 너무 높으면 SR-B1에 친화력이 떨어져 간에 콜레스테롤을 전달하기 힘들다.


CETP의 역할 중 하나는 HDL이 SR-B1에 잘 붙도록 조절하는 데 있다. CETP를 너무 억제하면 HDL의 콜레스테롤은 상승하겠지만 HDL이 콜레스테롤을 간에 전달하지 못하고 그 결과 apoA-1의 생성이 감소하여 말초조직에서 콜레스테롤을 흡수할 수 없게 된다(HDL constipation). CETP 억제제는 HDLc을 상승시키지만 기전상 HDL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HDL 콜레스테롤 낮추고 중성지방 높여


요약하면 HDL은 말초에서 ABCA1, SR-B1, ABCG1의 수용체를 통하여 콜레스테롤을 흡수하며 혈중에서 CETP효소를 통하여 HDL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고 중성지방함량을 높인다.

중성지방이 약간 포함된 HDL은 간에서 SR-B1 수용체를 통해 콜레스테롤만을 간에게 전달한 후 lipid-poor apoA-1이 되어 말초로 향하는 재순환을 한다. 그 중 일부는 간의 HDL receptor에 의해 통째로 흡수되어 혈중에서 소멸된다.


항염증작용 및 항산화작용


전술한 바와 같이 염증은 죽상동맥경화증 발생의 주요 기전이다. HDL은 항염증작용이 있다.

실험적인 결과에 의하면 HDL은 염증발생의 중요한 nuclear protein인 NF-κb의 활성신호전달을 차단한다. HDLc의 농도와 항염증작용은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HDLc이 70mg/dl이상인 심혈관질환자에서 추출한 HDL은 질병이 없는 사람의 HDL에 비해 염증억제효과가 현저히 낮다.


산화작용 역시 죽상동맥경화증의 중요한 기전이다. HDL에는 PONS, apoA-1등의 항산화물질이 부착되어 있다.

실험적으로 LDL 산화를 유도한 후 HDL을 투입하면 LDL의 산화가 억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는 HDL이 LDL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염증상태가 되면 혈중에 apo-J, serum amyloid A(SAA), secretary phospholipase A2(S-PLA2)등의 염증성, 산화성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들이 HDL표면의 항산화, 항염증단백질인 PONS, apoA-1, LCAT, CETP등을 밀어내고 HDL과 결합한다[그림6].

[그림6] Impact of inflammation on HDLc

 

그 결과 HDL은 그 자체가 산화성, 염증성 단백질로 바뀌고 LDL과 같은 방식으로 대식세포에 포획되어 포말세포를 생성시켜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정작 중요한 것은 HDLc의 농도보다는 HDL 기능의 온전함이다.


HDL과 최근의 임상연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영상진단법에 힘입어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정확한 임상연구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IVUS, 경동맥초음파 또는 MRI를 이용하여 혈관의 죽상반의 변화를 보는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에 발표된 Tromsø 연구에 의하면, HDLc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 비해 경동맥 죽상반의 진행이 가장 덜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죽상반의 성질변화인데 HDLc이 높은 사람은 죽상반의 echogenicity가 증가했는데 이 것은 죽상반의 지질핵이 감소되고 섬유화가 많이 진행되어 안전한 죽상반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HDL이 죽상반의 지질을 없앴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공HDL인 ETC-216을 환자에게 투여한 후 IVUS로 관상동맥 죽상반의 변화를 관찰할 결과, 죽상반의 면적이 현격히 감소한 것을 보여준 Nissen의 최근 연구는 HDL이 죽상반의 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앞서 언급한 연구들이 심혈관 발생이나 사망률을 평가할 수 있는 end point연구가 아니라 단지 죽상반 같은 surrogate marker를 평가한 연구라는 한계가 있지만 역학연구나 실험실 연구 그리고 소규모 임상연구의 결과는 일관되게 HDL이 심혈관질환 발생의 방어인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HDL과 심혈관질환에 대한 몇 가지의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HDLc의 증가가 심혈관질환의 발생에 주는 효과를 평가하는 FIELD 연구의 결과가 2006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HDL 기능향상에 초점 맞춰야


HDL은 콜레스테롤 역수송작용, 항산화작용, 항염증작용을 통하여 죽상동맥경화증을 억제한다.

많은 경우에 높은 HDLc농도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인자이지만 단순히 HDLc농도가 높다고 해서 HDL의 기능도 온전하다고 덮어 놓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치료제 개발 역시 단순히 HDLc을 상승시키는 것 보다 HDL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LDLc의 저하는 많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에 달하는 질환 발생은 예방하지 못하였다.

보다 더 낳은 치료를 위해, 보다 더 많은 환자를 구하기 위해 이제 LDLc 외에 다른 지질, 그 중에서도 HDL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