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성심질환에 ACE억제제는 과연 유용할까. 많은 임상의들이 주목하고 있는 내용이다. 2003년 발표된 EUROPA(EUropean trial on Reduction Of cardiac events with Perindopril in patients with stable coronary Artery disease)에서는 만성기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perindopril의 유용성이 밝혀진 바 있다. 이어 2005년 9월 스웨덴·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심장병학회(ESC2005)에서 급성심근경색환자에서 perindopril의 유용성을 검토한 PREAMI(Perindopril and Remodelling in Elderly with Acute Myopcardioal Infarction)의 결과가 보고됐다. 2명의 전문가로부터 이들 연구에서 나타난 perindopril(상품명 아서틸 , 세르비에社)의 에비던스와 임상연구의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심혈관사고예방에 일관된 에비던스 가진 Perindopril(아서틸 )
~ PREAMI, EUROPA가 전하는 메시지 ~

PREAMI
Perindopril and Remodeling in Elderly with Acute Myopcardioal Infarction

65세 이상에서 좌실구출률이 40% 이상인 심근경색 후 환자 1,252명을 대상으로 심근경색 발병 후 20일 이내에 ACE 억제제 perindopril군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었다.

Perindopril은 최대 투여 용량인 8mg를 적용했으며 이미 ACE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던 환자에는 randomize 최소 24시간 전까지 약제 복용을 중지시켰다. Randomize 6개월과 12개월 후에 심초음파를 이용하여 좌심실확장기말용적(left ventricular end-diastolic volume, LVEDV)을 측정해 보았다.

시험 초기에는 98%가 항혈전제, 약 80%가 ACE 억제제, 약 70%가 β차단제, 50%가 고지혈증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1차 평가 항목인 ‘총 사망, 심부전에 의한 입원 또는 좌심실리모델링(LVEDV 8% 이상 증가)’에 대해서는 perindopril군에서 상대적으로 38% 감소해 위약군과 유의차를 보였다(p<0.001)[그림1].

[그림1] PREAMI의 1차 평가항목
 

‘총사망’ 및 ‘심부전 악화에 따른 입원’에는 차이가 없었으며 ‘리모델링 진행’은 perindopril군에서 뚜렷하고(상대적 위험 46%감소) 유의하게(p<0.001) 낮아졌다 [그림1].

LVEDV의 변화로 본 리모델링 결과, 위약군에서는 시험기간 중에 증가하긴 했지만 perindopril군에서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으며 시험을 시작한지 6개월 후에는 양쪽 군 사이에 뚜렷한 유의차가 나타났다[그림2]. 

[그림2] PREAMI에서 제시된 리모델링에 대한 결과 
  


EUROPA
EUropean trial on Reduction Of cardiac events with Perindopril in patients with stable coronary Artery disease

EUROPA는 이미 관동맥질환의 기존 치료를 받던 있는 저위험의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자(12,218명)를 대상으로 하여 perindopril의 심혈관사고 억제효과를 검토한 무작위 위약 대조 이중맹검시험이다.

Perindopril 8mg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어 5년간 투여했으며 ‘심혈관사망, 심근경색, 심정지’로 구성된 1차 평가항목을 추적했다. 대상 환자는 평균 60세로써 65%가 심근경색 기왕력을 동반했고 61%에서 관상동맥조영술로 관동맥에서 협착이 발견된 환자 였으며 55%는 관상동맥재개통술을 시술 받은 환자이며 5%는 운동 부하시험에서 양성을 보인 환자였다.

병용 약제로는 90% 이상이 항혈전제, 약 60%에서 고지혈증치료제, β차단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1차 평가 항목은 perindopril군에서 상대적으로 20% 감소했으며 위약군과 유의차가 확인됐다(p=0.0003)[그림3]. 또 2차 평가 항목인 심부전의 발병 등도 perindopril군에서 유의하게 감소했다[그림4].

[그림3] EUROPA의 결과 (1차 평가항목)
  

[그림4] EUROPA의 2차 결과항목
  

급성 심근경색 후 심기능 유지 고령자에서 PREAMI 결과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
 
Toru Izumi Kitasato University 

심근경색 후 심기능 유지돼도 리모델링은 진행

PREAMI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대규모 임상시험이 실시되지 않았던 ‘심근경색 후 심기능이 충분히 유지되는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ACE 억제제의 유용성을 관찰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심장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나 심기능이 유지되는 사람(65세 이하) 혹은 심기능이 낮아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PREAMI는 심기능이 유지되는 고령의 급성 심근경색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ACE 억제제의 유용성을 증명한 최초의 대규모 임상시험이다[그림5].

[그림5] ACE inhibition trials in CAD
 


순환기 전문의에게는 심근경색을 일으킨 환자에서 좌심실 리모델링이 진행하여 만성 심부전을 일으켜 예후가 악화되는 것은 임상에서 상당한 관심사다.

한편 ‘심기능이 유지되는 급성 심근경색 후 환자라도 좌심실 리모델링이 진행할까’에 대해서도 역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PREAMI는 위약군에서 좌실 확장기말 용적(LVEDV)이 증가함으로써 리모델링이 진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으로 ‘좌심실기능 유지 환자의 좌심실 리모델링을 ACE 억제제가 억제시킬 수 있을까’에 관심이 모아지는데 perindopril로 억제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 

이 2가지 사항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것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 심근경색 후 좌심실 리모델링은 심실벽의 경색 부위 중 수축기능의 상실을 보상하는 곳에서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급성 심근경색 후에 심기능이 유지되는, 즉 보상해야 할 만큼의 수축부전 부위가 없는 심장에 리모델링을 일으켜 6개월 후와 1년 후에 LVEDV가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PREAMI는 단기간 추적했기 때문에 임상 사고 발생률은 perindopril군과 위약군 사이에 유의차는 없었지만 위약군에서의 리모델링 진행을 감안할 경우 좀더 장기간 추적하면 임상 사고에도 유의차가 나타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Perindopril로 리모델링 억제는 새로운 결과

심근경색 후에 양쪽군 모두 70% 이상이 β차단제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perindopril군에서 유의한 리모델링 억제가 나타났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점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리모델링 억제·퇴축 작용은 β차단제가 레닌-안지오텐신(RA)계 억제제보다 강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동일한 결과가 얻어진 하나의 가설로는 심근경색 후에 좌심실기능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교감신경계보다 RA계가 리모델링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된 perindopril의 용량은 8mg으로 용량의 적합성에 대한 향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PREAMI에서는 부작용의 발생은 매우 적어 perindopril의 내약성이 우수하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고령자는 다면적 작용을 가진 ACE 억제제가 바람직

PREAMI의 결과가 임상적·의료 경제학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perindopril이 ‘고령자’에서 유용했기 때문이다.  고령자에서는 여러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서 작용 특이성이 높은, 이른바 핀포인트(pinpoint)적으로 작용하는 약제를 처방하면 복용 약제수가 많아져 복약 순응도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령자에서는 다면적 작용을 가진 약제가 바람직하다고 보아야 한다. RA계의 억제하는 ACE 억제제는 고령자를 위한 약제라고도 할 수 있다. ACE 억제제는 브래디키닌(BK) 비활성을 억제시키는 작용도 갖고 있어 BK증가에 의한 혈관내피 기능장애에 대한 직접적인 보호 작용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평균 73세라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PREAMI에서 perindopril의 유용성과 내약성이 확인된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REAMI 통해 허혈성심질환에 일관적 에비던스 입증된 perindopril
 
Kazuyuki Shimada Jichi Medical School

허혈성심질환에 대한 ACE 억제제의 에비던스 공백 메운 PREAMI

허혈성심질환에 대한 ACE 억제제의 유용성을 가장 먼저 제시한 연구는 급성 심근경색에서 심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SAVE였다. ACE 억제제로 총사망 뿐만 아니라 심부전 악화가 유의하게 억제되었고 부가적으로 심근경색 재발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후에도 심근경색 후 심기능이 저하된 환자에 대한 ACE 억제제의 예후 개선은 여러 임상시험에서 확인됐지만 ‘심기능이 유지되는’ 환자에 대한 작용효과는 확인되지 않았었다.

또한 SAVE 참가 환자의 평균 연령은 60세 미만이었으며, 그리고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여러 연구들도 대상 환자의 평균 연령은 70세 미만으로 관상동맥질환이 증가하는 ‘고령자’에서의 ACE 억제제 유용성도 확인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75세 이상 85세 미만의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위험은 55세 미만의 7.8배로 높아져(Goldberg RJ et al. Am J Cardiol 1998; 82: 1311), 가장 에비던스가 필요한 대상은 고령자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고령’에 ‘심기능이 유지되는’ 심근경색 환자라는 지금까지 에비던스가 없었던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 PREAMI인 것이다. PREAMI가 보여준 ‘심기능이 유지된 심근경색 환자’에서 나타난 perindopril의 유용성은 일상 임상에서 많이 만나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우리 병원에서는 심근경색 후 좌심실기능이 40% 미만으로 낮아진 환자는 결코 적지 않고, 오히려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심기능이 유지되고 있어 PREAMI의 대상 환자와 매우 유사하다.

심혈관사고에서 예후 개선 에비던스 가진 perindopril

PREAMI에서 이용된 ACE 억제제 perindopril에는 이미 뇌혈관장애에 관한 PROGRESS와 관상동맥질환에 관한 EUROPA라는 2가지 에비던스가 있다. 

또 최근 고혈압의 에비던스로서 ASCOT-BPLA가 보고됐다. 이 시험에서는 암로디핀±perindopril이 아테놀롤±이뇨제에 비해 ‘총 관상동맥 사고’와 ‘치사성·비치사성 뇌졸중’은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즉 perindopril에는 뇌혈관장애, 관상동맥질환 모두 1·2차 예방의 에비던스를 갖추게 된 것이다[그림6]. 뇌·심혈관사고에 관련해서 에비던스가 입증된 레닌-안지오텐신(RA)계 억제제는 perindopril 밖에 없다.

[그림6] 뇌 및 심혈관질환에 대한 perindopril의 에비던스
 


에비던스 가진 약제로서 ACE 억제제 재검토를

PREAMI에서 나타난 perindopril의 리모델링 억제작용은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ARB)와는 달리 브래디키닌(BK)에 대한 작용도 가졌다는 점으로 인해 혈관내피 보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점 역시 효과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perindopril은 조직 친화성이 높은데다 작용 지속 시간이 길다는 점이 이번 결과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장기간 보호 작용을 고려하는데 조직 친화성과 효과 지속 시간 등이 임상적으로 의미를 갖는다면 앞으로는 같은 ACE 억제제라도 상황에 맞게 적절히 구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허혈성심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ACE 억제제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EUROPA 외에 라미프릴을 이용한 HOPE에서 ACE 억제제의 예후 개선 효과가 나타났지만 트란도라프릴을 이용한 PEACE에서는 유용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심혈관사고 억제효과에 관한 다양한 에비던스를 갖고 있는 약물은 ACE 억제제이며 Evidence-Based Medicine(EBM)에 따라 ACE 억제제의 유용성을 다시 한번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perindopril은 급성에서 만성까지 일관된 에비던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perindopril의 예후 개선 작용을 입증한 대규모 임상시험에는, 고혈압환자에 대한 ASCOT, 만성기 허혈성심질환자에 대한 EUROPA, 뇌졸중 기왕력 환자에 대한 PROGRESS, 급성 심근경색환자에 대한 PREAMI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에비던스는 위험인자의 존재에서 심혈관질환에 이르기까지 혈관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에서 perindopril이 보호 작용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그림6].